▲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이달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토부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국토교통부> |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비사업 등의 공공성을 높여 실수요자 보호를 강화한다”며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택가격이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집값 불안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도시정비사업 ‘옥죄기’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비업자, 조합 운영비 등 ‘자금 대여’ 금지
시공자, 수주 비리 반복 시 ‘영구 퇴출’
이번 업무 계획에는 도시정비사업 분야와 관련해 ▲조합 설립 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자) 재선정 ▲정비업자의 추진위ㆍ조합 자금 대여 제한 ▲정비업자 수주비리 적발 시 해당 입찰 무효화 ▲수주 비리 시공자 ‘3진 아웃제’ 등이 담겼다.
특히 재개발사업과 관련해선 ▲정비계획 수립 시 추정분담금 정보제공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임차인 참여 협의체 구성 의무화 ▲임차인 동절기 퇴거 제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 상향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추진위 및 조합을 대신해 각종 사업 절차와 진행 업무를 돕는 정비업자에 대한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지금까지 정비업자는 추진위 설립 단계부터 사업에 개입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도 조합원총회에서 추인 절차만으로 재선임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정식 입찰 과정을 거쳐 정비업자를 재선정 하도록 했다.
또 추진위나 조합에 대한 정비업자의 자금 대여도 금지된다. 조합은 앞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 대출을 받거나 공공지원 등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 수주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되면 정비업자도 시공자와 마찬가지로 해당 입찰이 무효화된다.
일반적으로 도시정비사업 추진 초기에는 사무실 임대료와 추진위원장 및 상근직원 급여, 설계ㆍ홍보ㆍ안전진단 용역 등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추진위나 조합은 정비업자로부터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추진위 및 조합 운영 과정에서 정비업자의 입김이 과도하게 들어가거나 특정 건설사로 시공자가 연결되는 등 조합원들의 의견이 사업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정비업자의 자금 대여 관행이 비리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조합이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정비업자가 대주고 있어 부정의 소지가 있다”며 “사업 주체가 돈을 내서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추진위나 조합에서 운영자금 대여를 요구하지만 실제로 자금 조달을 해줄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이었다”며 “자금 대여 의무가 없어져 정비업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추진위나 조합 운영비 조달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또 다른 자금 대여 ‘꼼수’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를 시행 중인 서울시도 예산 부족으로 지원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공자 선정 전 추진위 및 조합들은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추진위ㆍ조합이 자력으로 자금난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또 다른 ‘검은 돈’의 유혹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금품ㆍ향응 제공 등 부정을 저지른 건설사의 처벌도 강화된다. 수주 비리가 적발됐을 경우 해당 입찰을 무효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리가 세 번 이상 적발되면 전국 모든 정비사업장의 수주를 할 수 없도록 하는 ‘3진 아웃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시공자 수주 비리 처벌은 지난해에도 강화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비리가 적발되더라도 해당 지역의 정비사업만 수주하지 못하게 했었다. 앞으로 이를 강화해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수주 비리를 반복하는 업체는 영구적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개발 임대비율 ↑ㆍ‘사전협의체’ 의무화
업계 “사업성 떨어져 재개발 포기 늘어날 것”
지난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안전진단 강화 등 주로 재건축시장에 규제가 몰렸지만 올해는 재개발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국토부의 계획안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기존보다 상향 조정된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30% 이하이고, 동법 시행령에는 15% 이하로 규정돼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시행령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10~15%, 경기도와 인천시는 5~15% 선으로 운영 중이다. 국토부는 앞으로 시행령 기준을 15%보다 높이고 각 지자체가 상황에 따라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비율을 올릴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의무적으로 의무비율 상한을 올리는 건 아니라, 지자체 상황에 따라 검토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 없이 단순히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만 늘릴 경우 사업성 악화로 재개발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개발 구역은 특성상 다세대ㆍ다가구ㆍ연립ㆍ무허가주택 등 주거 형태가 상이하고 재건축 구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경제 상황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사업성이 뛰어나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해결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사업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지역의 경우 사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또한 재개발 정비계획 공람공고 시에는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예상 분담금을 명시하는 등 정보 제공을 강화해 사전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비계획에 건축계획만 담기다 보니 모든 사업이 ‘장밋빛’으로 오인될 수 있고, 이로 인해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초기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추후 불거진 추가 분담금 문제로 주민 간 갈등과 사업 지연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개발 세입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공공, 민간 전문가, 조합과 더불어 세입자가 직접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세입자 주거이전비, 상가 영업손실비 등 세입자 보상 문제를 협의하도록 명시하기로 했다. 동절기(12~2월) 주택 철거 금지 규정은 확대돼 동절기에는 철거뿐만 아니라 세입자 퇴거도 제한된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 세입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조례로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임차인 참여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하는 사전협의체 제도를 운영 중인데, 앞으로 법적 근거를 만들어 다른 지자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사전협의체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사전협의체는 강제철거 예방대책으로 도입됐지만 정작 중요한 보상금 재원에 대한 규정 없이 만들어진 제도”라며 “애초부터 해답 도출이 불가능한 채 탁상공론만 이뤄져 성과 없는 회의만 반복하면서 시간만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규모 재개발 정비구역 해제가 이뤄진 성북구 장위뉴타운 일대. <사진=아유경제 DB> |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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