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세계적인 박기자의 도시정비사업 체험기
[아유경제 발행인] 싼게 비지떡싼게 비지떡

   
아유경제 발행인
[아유경제=박재필기자] 가끔 어머님을 따라 재래시장을 갈 때가 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차가 편리하고, 말끔하게 포장된 물건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한다. 우리라고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재래시장이 전해주는 특유의 정겨움과 활력, 그리고 신선한 야채나 해산물 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기에 가끔씩은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곤 한다.

그런데, 재래시장을 다니다보니 어머님의 구매방식이 다소 특이했다. 가령 고등어 한 마리를 사더라도 주변보다 비싼 집에서 구입하는 것이었다. 야채나 과일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도 조금 비싼 것을 선택하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어머님께 “왜 싼 물건을 두고 굳이 비싼 것을 사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생선이나 야채는 다 그게 그것인 것처럼 보이지만, 신선도나 맛, 재배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다. 물건 구분을 하기 힘들 때는 비싼 것을 사는 게 오히려 손해를 볼 확률이 작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장에서 인접해서 장사를 할 때 주변상인과 가격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럼에도 비싼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구매방법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싼 것보다 못한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성공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도 싼 것을 찾기보다는 조금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된 물건을 사려고 하는 편이다.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대형마트들이 수시로 ‘1+1’ 행사를 한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것이니 쇼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그런데, 가격을 잘 살펴보면 제품 하나의 가격이 원래의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가령 하나에 1000원인 통조림이 있다고 치자. ‘1+1’ 행사 때는 두 개를 묶어 1800원에 판매를 한다. 개당 100원 할인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100원 할인해서 팔면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하니, 마치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것처럼 유혹하는 것이다. 조삼모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싼 것 찾다가 낭패 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특별할인가 운운하는 여행상품으로 해외를 갔다가 숙박시설부터 음식까지 형편없는 대접을 받은 것도 모자라 바가지 상품 강매하듯 사야만 했던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제품사양을 제대로 점검해보지 않은 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샀다가 떨어지는 성능 때문에 분통 터뜨리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랴.

한편, 대형마트에 가면 모든 제품에 가격이 명시되어 있다. 소비자는 비슷한 제품과의 가격 비교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반면, 재래시장에는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인과의 ‘흥정’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데, 이때 으레 ‘깎는 것’이 알뜰구매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물건 값을 깎았다면서 좋아서 뒤돌아설 때, 상인도 잘 팔았다며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상인들 역시 소비자들이 깎을 것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한다. 우스갯소리로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 상인이 ‘손해보고 판다’는 말이라고 할까.

어쨌든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다. 싸면 싼 대로, 비싸면 비싼 대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가격비교는 싸냐 비싸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대비 성능을 따져야 옳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싼 게 비지떡’이 되는 상황을 종종 만나게 된다. 바로 협력업체 선정과정이 그렇다. 정비사업은 건설회사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비롯해 도시계획, 건축설계, 법률, 법무, 회계, 세무, 감정평가 등등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도움을 통해 진행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이런 협력업체를 뽑는 기준은 사실상 단 한 가지, 입찰가격이다. 거의 대부분의 현장에서 입찰가격이 낮은 업체가 협력업체로 선정된다.

같은 제품이라면 싸게 사는 것이 분명 이익일 것이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협력업체는 공산품처럼 규격화되어 있는 제품이 아니다. 시공을 맡는 건설회사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전문적인 능력을 컨설팅해주는 회사들이다. 즉 무형의 지적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분야인데, 이런 분야에서까지 가격을 유일한 선택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즉, 수주를 위해 저가로 입찰하기는 했지만, 수주하고 난 후에는 손실분을 다른 방법을 통해 만회하려 시도할 것이고, 결국에는 부정이나 비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저가입찰의 폐해는 여러 분야에서 지적되고 있다.

최저가입찰제는 공사나 물품납품 입찰에 있어 최저가를 써 낸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입찰 결정이 가능하고 예산절감이 가능한 반면, 입찰에만 급급한 나머지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경우 부실의 우려가 있다.

실제로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이후에는 최저가낙찰제에 의한 부실공사를 보완하기 위해 「대형공사계약에 관한 예산회계법시행령 특례 규정」을 폐지하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후 적격심사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00억 원 이상 대규모 공사에 대해 최저가격 입찰자 순으로 업체를 선정하되, 공사 계약이행능력도 함께 심사한 후 낙찰자가 선정되었다.

한편, 2006년부터는 300억 원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 적격심사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100억 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된다. 적격심사제의 계약이행능력 심사는 입찰자의 기술능력ㆍ재무상태ㆍ과거 계약이행 성실도ㆍ자재 및 인력 조달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격 여부를 심사하며, 이를 통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최저가입찰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한적 최저가낙찰제ㆍ부찰제(제한적 평균가낙찰제) 등이 시행되는 경우도 많다. 제한적 최저가입찰제는 일정 비율 이상의 금액으로 입찰한 자 중에서 최저가격을 제시한 입찰자로 낙찰하는 것을 말한다. 부찰제는 예정가격의 일정 비율 이상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제시한 입찰가격의 평균치에 가장 가까운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로 낙찰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1951년 정부 낙찰제도로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된 이후, 정부는 예정가격 이하 입찰자 중 예정가격의 90% 이상의 입찰자를 기준으로 최저가격 입찰자를 낙찰한 제한적 최저가낙찰제, 예정가격의 80% 이상 입찰자의 제시금액 평균치에 가장 가깝게 입찰한 자로 낙찰한 부찰제를 번갈아 시행해 왔다.

한 정비회사의 임원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정비회사에 근무했던 이 임원은 “1990년대 말에도 정비사업 컨설팅 비용은 평당 3만원을 상회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수준이다. 아니, 3만원 미만의 용역비로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 현실”이라며 “예전보다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났는데 용역비는 후퇴했으니 정비회사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용역대가가 적으니 우수한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게 되고, 당연히 조합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은 사업 진행과정의 부실이나 절차상 하자를 초래하게 되고, 이는 곧 분쟁발생이나 사업지연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조합원 부담금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모자라는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다른 업체, 즉 건설회사 선정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과욋돈’을 노리는 등 부정과 비리에 개입하는 업체들도 상당수라는데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 만큼 커진다. 결국 수천억 원을 상회하는 사업에서 고작 몇 억 원의 용역비를 아끼려다가 그보다 훨씬 비싼 ‘수업료’를 내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재의 정비사업 현실이다.

취재하다가 만난 조합 관계자들 역시 ‘최저가입찰제’의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다른 현장보다 높은 가격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조합원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업체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다. 이렇게 선정한 업체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것을 봤을 때 더욱 그렇다. 결국 ‘싼 게 비지떡’이 된 셈이다.

우리 현장에 맞는 업체, 최적의 업체를 적정한 용역비를 주고 선정해 제대로 일을 시키는 것이 조합에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 조합은 조합원 눈치만 보지 말고 좋은 업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임하고, 조합원들 역시 조합이 제대로 된 업체를 뽑을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지원하는 풍토가 아쉽다.

 

도시정비사업정론지 아유경제 www.areyou.co.kr

박재필 기자  pjp78@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재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