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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상 동아원 회장의 ‘사회와 더불어’는 누구를 위한 걸까?밀가루 담합 의혹 가시지 않았는데 장남 ‘세습경영’ 도마에

 

[아유경제=이화정 기자] “수익 창출만이 아닌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에도 보람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기업은 행복한 기업이다. 앞으로 동아원은 ‘이웃과 더불어, 사회와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찾고 함께 나누는 기업으로서 성장하겠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동아원이 발간한 <세상에 즐거움을 더하다>를 통해 이희상 동아원 그룹 회장이 강조한 내용이다.

하지만 ‘3세 경영’이 도마에 오르면서 이 같은 이 회장의 일성이 겉보기와는 다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장남 이건훈 씨가 지난 3월 계열사인 한국제분 이사로 발령 받았다. 이 회장의 자녀 1남 3녀 가운데 경영 일선에 뛰어든 것은 건훈 씨가 처음.

이 이사의 담당 분야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동아원 소속 미래전략본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 경영인이 아닌 데다 아직 능력이 검증된 바 없는 건훈 씨가 단번에 ‘이사’가 된 것은 ‘핏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재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세습경영’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훈 씨는 1981년생으로 동아원그룹 사상 최연소 임원으로 알려졌다. 회장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게 이를 문제 삼은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70세를 맞는 이 회장이 은퇴에 앞서 본격적인 후계 구도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를 냈다. 결국 다른 재벌과 마찬가지로 동아원을 가족 중심의 기업 체제로 만들려는 이 회장의 생각은 그가 평소 강조해 왔던 ‘이웃과 더불어, 사회와 더불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제보자와 이를 접한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회장의 장남이 경영 일선에 등장함에 따라 동아원은 향후 가족 승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회장의 ‘장남 챙기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건훈 씨가 짊어질 과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동아원은 지난해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과 함께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을 받기도 했다.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 ‘빅(big) 3’로 불리는 3개 사는 작년 초 밀가루 가격을 8.6~8.8% 올렸다(▲동아원 8.7% ▲CJ제일제당 8.8% ▲대한제분 8.6%). 업체별 인상 폭 차이가 0.1%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인상 시기가 비슷해 담합 의혹은 커졌다.

이 같은 의혹은 해가 바뀐 올해에도 지속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4월 보도 자료를 통해 동아원 등의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기업의 담합행위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생필품 품목에 대한 담합행위를 엄정하게 규제할 것을 공언하고 있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재계 한편에서는 이 회장이 강조한 ‘이웃과 더불어, 사회와 더불어’가 동아원이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을 위한 ‘더불어’로 남겠다는 슬로건 아니냐며 수군거리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내느라 주가 조작?

동아원은 사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이희상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만 씨의 장인). 그렇다 보니 늘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기업이기도 하다. 작년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사건에서 동아원은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희상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의 주요 인물로 거론돼서다.

논란이 본격화된 건 탐사 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 명단을 발표하면서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알려지며 미납 추징금에 대한 국민들의 환수 요구가 거세졌다.

결국 일명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생기고,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한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한 완납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이희상 회장도 275억원을 내놓기로 했고, 이 가운데 15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나머지 125억원도 올해 8월까지 자진 납부할 뜻을 밝혔다.

추징금을 대납하기 위해서였을까? 동아원은 최근 주가 조작 혐의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4월 자사주 매각과 관련한 주가 조작 혐의로 동아원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동아원이 자사주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브로커 등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시세조종에는 동아원의 실질적 지배 주주인 이희상 회장과 증권업계 출신 이창식 전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원은 지난해 9월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의심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동아원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자사주 신탁계약을 연장한 바 있다.

결국 지난달 28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제10차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동아원의 이창식 전 대표를 포함한 관련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희상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수 주문을 하거나 물량 소진 주문, 허수 매수 주문 등의 수법으로 동아원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 외에도 재계에서 전직 대통령 가문과 ‘혼맥’ 관계를 두텁게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의 셋째 딸 역시 조현준 효성 사장과 결혼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결돼 있고, 둘째 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예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동생인 신영수 씨의 아들과 결혼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동아원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 권력과 재력의 결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늘고 있다.


   
 
 

이화정 기자  boricha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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