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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물로 흥한 자 물로 망하리라?
   
 

[아유경제=이화정 기자] 하이트진로(회장 박문덕)는 하이트(Hite), 맥스(Max) 등 젊은 층에 인기 있는 맥주는 물론 ‘국민소주’라 할 수 있는 참이슬 등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주류 역사를 쓰고 있는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한다.

이런 하이트진로에도 ‘흑(黑)역사’는 분명 존재한다. 하이트진로는 일찍이 조선맥주로 시작해 양질의 맥주를 생산하며 초기 국내 맥주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동양맥주의 마케팅 전략에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동양맥주는 일찍부터 마케팅에 눈을 떴지만 조선맥주는 그렇지 못했다. 그 당시는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없을뿐더러 오로지 품질로만 승부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마케팅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 위한 일종의 비즈니스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동양맥주에 밀리고 만 것이다.

“오비(OB) 주세요”가 곧 “맥주 주세요”가 됐던 시절, 그저 지켜만 보면 조선맥주에도 그 기회가 찾아왔다. ‘페놀사태(1991년 당시 두산전자 구미 공장에서 유독 화합물 페놀이 낙동강으로 누출된 사건)’로 사면초가에 몰린 동양맥주에 대적해 적극적인 ‘물 마케팅’을 펼쳤다. 사명도 깨끗함을 강조하는 ‘화이트(White)’와 비슷한 ‘하이트(Hite)’로 바꿨다.

‘지하 150m 천연 암반수’를 강조한 하이트의 마케팅 전략은 성공했다. 잃어버렸던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아 왔다. 여기에 부실의 늪에 빠져 있던 진로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마메든샘물 죽이기는 전형적인 갑의 횡포?!

물로 흥한 자, 물로 망한다 했던가. 최근 이런 하이트진로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3년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대표 손봉수)는 이른바 ‘마메든샘물 죽이기’로 불렸던 도 넘은 상술로 도마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중소업체 ‘마메든샘물’의 대리점을 부당하게 영입해 사업 활동을 방해한 하이트진로음료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기나긴 법정 공방이 지속됐고 최근에는 공정위 행정처분에 불복한 하이트진로음료가 증거 자료 조작 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천안에서 시장점유율 1위였던 생수업체 ‘마메든샘물’의 대리점들이 한꺼번에 하이트진로음료로 옮겨갔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건너온 대리점들에 8.9ℓ 생수 1통당 673.6~912.3원에 공급했다. 일반 대리점 공급 가격인 2500원보다 훨씬 저렴한 값이다.

하이트진로음료의 이 같은 행보에는 전형적인 ‘갑의 횡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는 일정 기간 손해를 보더라도 제품을 싸게 넘겨 경쟁사의 시장을 빼앗고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 업체를 파산시키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시장 확대 전략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음료의 이 같은 불공정 행위를 인정,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하이트진로음료는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음료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메든샘물의 높은 생수 가격 때문에 대리점주들이 자발적으로 건너온 것”이라 주장했던 하이트진로음료의 증거 조작 및 위증 유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음료업계 관계자 A씨는 “최근 하이트진로음료 측이 법정에서 조작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위증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천안 일대에서 생수 업체를 이끌어 오던 정 모 사장의 트럭 시위 사연까지 일파만파 퍼지면서 안타까움이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불공정하게 중소 업체의 시장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재판부를 위조 증거로 속이려 했다면 불공정 막장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홍보실 관계자는 <아유경제>와의 통화에서 “계열사의 문제다.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하이트진로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공정사회’에 반하는 행태를 단지 계열사의 문제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곧 있을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업계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

진로 삼킨 하이트, 진로 전철 밟나?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에 부실 우려 ↑

부를 세속하기 위해 능력이 검증된 바 없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는 국내 재계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진로를 손에 넣고 하이트진로로 새롭게 태어난 이 기업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게 재계 한편의 목소리다.

얼마 전 하이트진로의 주류 기자재 계열사인 서영이앤티가 업무 대행 업체 서해인사이트의 주식 10만주(100%)를 키미데이타에 매각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서해인사이트는 사실상 박문덕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인 데다 이번 매각을 통해 상당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해당 계열사를 매입한 회사의 경우 사업 연관성이 전혀 없는 데다 현재 하이트진로와 같은 빌딩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두 회사 간 암묵적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들의 석연찮은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서영이앤티가 경영권 편법 승계와 변칙 재산 증여에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하이트진로 그룹의 자회사 매각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트진로가 일감 몰아주기로 서영이앤티의 덩치를 키워줌으로써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전무가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문덕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박 전무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런 그가 서영이앤티의 최대 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박 회장과 함께 하이트진로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박 전무는 영국 유학 중에도 서영이앤티 주식을 사들인 것을 비롯해 하이코스트라는 회사를 사실상 공짜로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스코트는 박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고 비상장 회사였기에 기업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어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박 회장은 페이퍼컴퍼니인 근대화유통을 박 전무 소유의 서영이앤티에 넘기는 등 큰돈을 들이지 않고 ‘세습경영’을 이어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더군다나 박 회장이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에서 돌연 사퇴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 전환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인규 사장과 김지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 이후 박 전무가 경영권을 물려받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30대 중반인 박 전무를 곧바로 경영 일선에 내세우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세습경영의 비난을 피해 가겠다는 꼼수로 보는 재계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주류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을 경험했다. 영업 집중력이 떨어져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진로의 비운아인 장진호 전 진로 그룹 회장이 그룹을 부도로 몰아넣은 것도 아버지가 물려준 순수 소주 회사를 무리하게 확장시키려 했던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장 전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했던 당시 그의 나이는 34세.

아이러니하게도 진로를 삼킨 하이트진로가 올해 36세인 젊은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하이트진로 역시 진로의 뒤를 밟게 되는 것은 아닐지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화정 기자  boricha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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