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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 시장 분위기는?
▲ 정부가 지난해 ‘6ㆍ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도입하려 했던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무산됐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아파트 투기 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정부가 규제책으로 내놓은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화’가 백지화됐다. 지난해 6ㆍ17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부동산 대책 중 중요 규제가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부터 재건축 2년 거주 의무가 되레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던 것도 사실로 이번 폐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본보는 재건축 2년 거주 의무 폐지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대한 시장의 여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없던 일로’
세입자 피해 우려에 야당 반대… 결국 ‘폐지’로 가닥

이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법안심사소위를 통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삭제됐다. 이른바 ‘재건축 2년 거주 의무’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 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해당 단지에 2년 이상을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재건축사업에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토지등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요건이 부여됐지만 정부가 재건축시장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유 개시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까지 2년 이상 거주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6ㆍ17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부터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강화가 전세물량을 감소시켜 부동산시장 안정화는커녕 되레 불안정 심화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연식이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상당수 소유주들이 다른 곳에 거주하면서 전세나 월세를 주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집주인이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세입자를 내쫓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고, 쫓겨난 세입자가 전세시장에 재진입하게 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 결국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월세 매물을 찾는 세입자들 대부분이 신혼부부이거나 사회초년생들이 많아 자금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보호를 외쳤던 대상들이 오히려 직격탄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같은 우려에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재건축 2년 실거주 조항은 반대에 부딪히면서 약 1년간 법안 통과가 지연돼 왔고 결국 폐기됐다. 보통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의 경우, 자동적으로 폐기되도록 하는 편이지만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화 추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끊이지 않자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취지로 해당 법안을 안건에 올려 처리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분양권 자격 부여를 위한 2년 실거주 의무 방안이 투기 수요를 막으려는 취지였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세입자 피해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 내에서 항상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까지 맞물리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은 그야말로 급등하기 시작했고, 강남권 초기 재건축 단지들마저 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조합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전세와 매매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해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됐다”고 지적했다. 

의무화 폐지 발표 이후 전세 매물 ‘급증’
전문가 “공급 늘자 가격 떨지는 것”

정부가 재건축 실거주 의무화 폐지를 발표하자 전세 매물이 2배나 증가하는 등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달 2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전세 매물이 꾸준히 증가하며 시장 내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발표 전날인 지난 13일 전세 매물이 72건이었지만, 발표 이후인 15일부터 110건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16일 122건 ▲17일 137건 ▲18일 150건 ▲20일 163건 ▲21일 182건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월세 매물도 87건(13일)에서 119건(21일)으로 약 40% 증가하며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성산시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이달 13일~21일) 전세 매물이 21건에서 4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계주공6단지 역시 44건에서 62건으로 증가했는데, 서울 내 전체적으로 전세 매물이 2만158건(10일)에서 2만482건(21일)으로 1.6% 늘어나며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되는 모습이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급이 늘자 자연스레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성산시영의 전용면적 76㎡ 기준 1층 전세 매물은 7억4000만 원에서 최근 7억 원에 거래됐으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6월) 10억 원까지 거래됐지만 최근 9억 원까지 떨어졌다.

규제 방안이 폐지되자 실거주로 하려던 집주인들이 마음을 바꿔 다시 전세를 내놓게 되면서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책 번복에 ‘졸속행정’ 비판 쏟아져
노형욱 장관 “대책 미흡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발생… 정책 내실 다질 것”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신뢰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졸속행정’, ‘간 보기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그간 2년 실거주 의무 정책으로 애써 분양권 획득을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복귀한 집주인, 어쩔 수 없이 거처를 떠나 새로운 주거지를 찾기 위해 애써온 세입자 모두 갑작스러운 정책 폐지로 금전적인 것은 물론, 정신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피해를 봤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1년간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에 대해 줄곧 완고한 입장을 견지해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여기에 단편적으로 재건축 단지 위주로 전세난이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입주 물량 부족에 청약 대기 수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여전한 만큼 전세값 상승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는 “2017년 8ㆍ2 부동산 대책 이후 총 25차례에 걸친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에 이어 이번 규제까지 폐지되면서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져만 간다”면서 “지난 1년간 전세난이 악화에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다시 방향을 틀면서 국민들의 거주 이전 자유와 재산권 침해만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였는데 대책이 미흡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실거주 조항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시장에 불안요소로 작용한 만큼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앞으로 추진 중인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차단 관련 정책은 더욱 내실을 다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정부가 그간 밀어붙인 부동산 중요 규제가 철회되면서 졸속 행정이라는 시장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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