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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오피니언] 사업계획 변경 후 지정받지 않은 동ㆍ호수를 분양받아도 계약 파기 가능 여부
▲ 이재현 법무법인 산하 수석변호사/ 아유경제 편집인

1. 서설

피고는 지역주택조합이고 원고들은 피고가 분양하던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 중 원고들이 지정한 동ㆍ호수(이하 이 사건 지정 호수)에 관해 피고 조합과 조합 가입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자들이다.

원고들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계약금 및 업무 추진비를 지급했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아파트를 1121가구 규모로 신축할 계획이었으나 사업 부지 중 일부를 확보하지 못해 1014가구를 신축하는 것으로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됐고 이에 일부 동이 신축되지 않게 됐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아파트 일부 동이 신축되지 않음에 따라 이 사건 지정 호수를 분양받을 수 없게 됐으므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는바, 피고 조합은 원고들이 지급한 계약금 및 업무 추진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은 주된 계약인 조합 가입 계약과 각 호실에 대한 지정 계약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사건 계약은 원고들이 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종료됐고 피고 조합 규약상 동ㆍ호수는 추첨으로 배정하는 것이 원칙으로 피고 조합이 사업 진행 편의를 위해 원고들과 사이에 임시로 동ㆍ호수를 지정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고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으며 피고 조합은 향후 사업을 진행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지정 호수를 분양할 의무가 있지 않고, 그 의무가 이행불능되지도 않았다.

4.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이 이 사건 지정 호수를 분양받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지정 호수를 분양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지정 호수를 분양할 수 없게 돼 이행불능이 됐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계약금 및 업무 추진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는데 그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 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 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 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2014년 6월 12일 선고ㆍ2013다75892 판결).

2)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 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 가입 계약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ㆍ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 가입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그러한 권리ㆍ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초과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 가입 계약의 불이행으로 간주해 조합 가입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2019년 11월 14일 선고ㆍ2018다212467 판결).

3) 원고들이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작성해 제출한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에는 ‘본인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제6조)’, ‘본인은 지역주택조합 및 조합 업무 대행 용역사가 결정 추진한 조합 업무에 대해 추인하며 향후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 규모 등)이 변경ㆍ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제10조)’라고 기재돼 있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기초해 앞서 본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변경된 사업계획에 의하더라도 신축되는 이 사건 아파트의 규모가 1014가구에 이르러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당초 공급받기로 한 이 사건 지정 호수 대신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정도의 변경은 이 사건 각서에서 예정한 범위 내의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사업계획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 또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이 사건 조합 가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해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들이 당초 지정한 동ㆍ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조합 가입 계약의 위반이라거나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을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 조합의 원고들에 대한 채무가 피고의 귀책 사유로 인해 이행불능이 됐고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이 지역주택조합 가입 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 법원으로 환송했다.

5. 결어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초의 사업계획이 변경돼 조합원들이 사전에 지정한 동ㆍ호수를 배정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는 조합 가입 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①조합 가입 계약 당시 계약서에 지정한 동ㆍ호수가 분양목적물로 기재됐던 점 ②피고는 조합 가입 계약 체결 시 분양 면적뿐만 아니라 분양하는 아파트의 층에 따라서도 다른 분양가격을 정해 조합원을 모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판단이 다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점 ③지역주택조합사업이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는 점 ④원고들이 조합 가입 계약 체결 시 사업계획 변경 시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각서를 작성한 점 등을 살펴볼 때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재현 변호사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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